영화 '완벽한 타인'은 18년 10월 31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다. 나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지금 쓰고 있는 이유는 완벽한 타인은 그냥 영화를 재밌게 보고 끝나기엔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내가 완벽한 타인의 한줄평을 남긴다면 이렇게 쓰겠다.
"심각한 상황과 왁자한 극장, 코미디 영화와 예술영화, 그 모순 사이에 서있는 감정을 즐길 수 있는 영화"
완벽한 타인을 직접 극장에서 보고 온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극장은 곧 시끄러운 웃음소리로 가득찬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은 너무나도 심각하다. 하나의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아이러니를 느낄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나? 이거 웃어도 되는 상황인가? 같은 생각들이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았다. 영화를 보고 웃으면서도.
한 편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이면서 굉장히 예술적인 메타포를 많이 담고 있는 영화다. 예술에 조예가 없는 내가 봐도 그렇다. 마치 소설 소나기의 보랏빛이 사실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알수있는 것처럼,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이 제목이 반어법을 의도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처럼 완벽한 타인의 예술적인 메타포는 정말 이해하기 쉽게 드러난다. 예를 들면 석호가 옷에 와인을 쏟은 뒤, 예진이 석호의 옷을 세탁하기 위해 세면대에 넣자 와인이 마치 피 처럼 빨갛게 퍼지는 장면은 굉장히 비유를 의도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석호가 정신과 치료를 원할 정도로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 그것을 셔츠의 가슴 부분에서 피가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다. 와인의 색감은 너무 아름다웠고 그 장면에서 예진과 석호가 나눈 대화는 정말 슬펐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비유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속옷을 갈아입는 수현, 수컷 개의 교배를 돕는 세경의 장면도 현실적이라기보단 굉장히 비유적으로 다가온다. 속옷은 마치 그녀의 사랑과 같다. 수현은 24살 고시생 김태수를 열렬히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남편 몰래 속옷을 자꾸 갈아입어야 한다. 갈아입는 속옷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해버린 김태수를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수의사인 세경이 수컷 개의 교배를 돕는 장면도 후에 준모가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다는 것이 들통난 장면을 보고나면 단순한 개그씬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예 하나의 인물이 비유적인 상징처럼 드러나기도 한다. 영배가 대표적이다. 영배는 정말 아웃사이더의 상징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영배는친구들이 하는 말마다 아웃사이더적인 화법으로 받아친다. 영배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갔을 때에도 매우 재미없는 플레이스타일을 보인다. 친구들은 영배를 은근 무시하고 따돌린다. 친구들이 음식을 먹고 떠들며 왁자지껄할때 혼자 운동 어플의 구령에 따라서 운동을 한다. 영배는 이혼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배는 게이다. 영배의 이러한 특성은 현실의 인물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의 군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웃사이더가 핸드폰 게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식사내내 문자가 안와서 시시하게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배는 게임 내내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 게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을 제외하면 가정이 파탄나버린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민수와 변함없는 사랑을 나눌 영배는 별로 잃은 것이 없는 셈이다. 영배가 아웃사이더의 상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영화 '완벽한 타인'의 포스터에는 모든 인물이 정면을 바라보는 반면 영배 혼자 정면을 보지않는다.
<홀로 정면을 응시하지 않는 영배>
이 외에도 완벽한 타인에는 비유적인 장면이 매우 많이 드러난다. 이 글에 씌여진 장면들은 필자가 영화를 보면서 매우 감명깊어서 자꾸 떠오르는 장면들 위주의 장면이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예술적인 메타포가 함축되어있는 장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현실적이라기 보단 비유적인 영화속의 장면들, 그 끝은 인셉션이었다. 세경이 반지를 빼면서 테이블에 빙글빙글 돌리는데, 이 반지가 멈추지 않는다. 이는 인셉션의 오마주다. 다 꿈이었다는 소리다. 원래 게임같은 건 하지 않았다. 집들이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사람들은 아무도 싸우지 않았으며 특히 김태수 부부는 정말 정상적인 부부관계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이다. 게임의 상황들이 워낙 비현실적이고 예술적 비유들이 많이 담긴 장면이었기 때문에 다 꿈이었다는 결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다행이다. 세상엔 어느정도 비밀이 있어야하는 법.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명대사는 예진의 대사이다.
"우리 게임 하나 할까?"
"내가 바람피면 이 게임 하자고 그러겠어?" 영화관을 나오고 나니 생각나는 대사다. 다시 곱씹으면 상당히 소름돋고 미치도록 똑똑하다. 바로 앞에 있으니 게임으로 걸릴일이 만무, 그래서 예진은 자신만만하다. 예진은 갑자기 이 게임을 왜 하자고 한 것일까? 석호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준모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게임을 하자고 한 이유까지 예상해보면 정말 소름돋는 대사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영화는 세상에는 비밀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누구나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다면 스마트폰이라는 사적 영역이 숨길 수 있는 개인의 악한 본성, 변태적인 본성, 가식적인 본성들을 비판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엔 다르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 지켜져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태수와 수현 부부의 이야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게임을 하고 난 뒤 태수와 수현은 파국에 이르지만 게임을 하지 않은 현실에서는 태수와 수현의 부부관계는 매우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된다. 서로의 비밀이 지켜질 때 부부에게는 평화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모두의 비밀을 알 필요없다. 그 비밀은 매우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알고 싶지도 않다. 요즘말로 하면 tmi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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